1914년 부산항의 여장비(女張飛, 17~8세)와 1950년 기술씨름의 홍순자(19세)
오랜 역사와 전통을 이어오며 오늘날에까지 한국의 대표적인 민속 경기로 자리 잡고 있다. 이제는 거제시청, 괴산군청, 구례군청, 안산시청, 영동군청 그리고 화성시청 등의 여자씨름팀이 창단되면서 여자씨름의 활기를 불어 넣어주고 있다. 과거에도 우리나라 여자씨름에 관한 재미난 기록이 있어 소개해 본다. 1914년 ‘부산항의 여장비(女張飛)’와 1950년 ‘9일간 90명을 넘어뜨린 홍순자(19세) 양’에 관한 이야기다. 「매일신보 1914년 4월 25일」 기사에는,
"부산에서 여자 장사가 나왔는데 기가 막혀 말 한 모금 나오지 않는다. 부산항구에는 여자 씨름꾼이 들어와 연일 성황으로 흥행하는데, 나이 17~8세로 보이는 20세 내외의 여자가 남자 씨름꾼과 똑같이 아래만 속옷으로 가리고 서로 달려들어 용양호투(龍陽好鬪)로 장쾌히 싸움하는 모습은 실로 가관이오. 항우 장비 같은 남자가 아니고서는 과연 이러한 여자를 데리고 살 수 없겠다고 일반인이 놀려대더라."
「한성일보 1950년 4월 25일」기사에는 날쌘 기술을 자랑하는 홍순자(19세) 양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정말 남녀동등권이다. 여자 씨름꾼이 남산 광장에서 지난 15일부터 개척단 주최로 전국남녀 씨름 그네대회를 개최하였는데, 처음에는 우리나라 여성도 씨름을 하러 올까 하는 우려가 있었으나, 의외로 여자 씨름꾼이 오백여 명이나 쇄도하여 대회의 인기를 총집중하게 되었고, 준결승에 당선한 여자만 74명이라 한다. 이 중 70%가 가정주부이며, 나머지는 학생과정에 있는 무직 처녀라 한다. 특히, 시내 3 판로에 사는 홍순자(19세) 양은 체중 십6관 호리호리한 몸집이다. 날쌘 기술에는 관중의 인기를 집중하고 있으며, 9일간 90명이라는 적을 보기 좋게 넘어뜨렸다고 한다."
「한성일보 1950년 5월 12일」 기사에는 5월 7일부터 15일까지(9일간) 남산공원 광장에서 열리는 전국남녀씨름·그네대회 광고물에는 여성 씨름인의 샅바 잡는 모습이 아주 상세하게 그려져 있는데 지금과는 샅바 잡는 방식이 달랐던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성황리에 전국남녀씨름그네 대회는 잘 마쳤지만, 이후 안타깝게도 「연합신문 1950년 5월 24일」 기사에는,
"요즈음 여자씨름대회가 성행하여 일반의 비난을 자아내게 하고 있던바 작(作) 23일 서울특별시 경찰국에서는 동 씨름대회 주최자 측에 대하여 여자씨름이 금후는 풍기 상 좋지 못하니 일제히 중지하라는 중지령을 내리었다."
오늘은 언론을 통해 밝혀진 여자씨름에 관한 재미난 기사를 찾아봤다. 1914년도에 부산항의 여장비와 홍순자 양은 정말 씨름을 잘했던 모양이다. 그리고 여자씨름의 인기가 높다고 서울특별시 경찰국에서는 왜 여자씨름을 금지했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아이러니한 일이다. <저작권자 ⓒ 월드무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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